中 ‘미투’ 공산당 고위직 가해자 장가오리는 왜 사라졌나

입력 2021-11-25 06:58 수정 2021-11-25 10:32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가 2018년 2월 베이징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중국 선수단을 만나 격려하는 모습. 중국 정부 홈페이지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 가해자로 지목했던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로이터통신은 펑솨이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행방이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면서 장가오리가 마지막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맞이 행사 때였다고 전했다. 장가오리 전 부총리는 1946년생으로 개혁개방의 근거지인 남부 광둥성에서 정치 경력을 쌓고 공산당 권력의 핵심인 중앙당 정치국 상임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과거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곧 게시물은 삭제됐다. 하지만 이 글이 전 세계에 퍼지고 또 펑솨이의 행방이 묘연하자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2014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테니스 스타로 꼽힌다.

21일(현지시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하는 중국의 테니스 선수 펑솨이. AFP연합뉴스

이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지난 21일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하고 “안전하게 잘 있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펑솨이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기는 점 등 그의 소재와 안전이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부총리 역시 행방을 알 수 없는 건 중국 공산당이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에서 공직자 성 파문에 따른 징계는 통상 조사가 끝난 이후에 발표된다는 설명이다. 과거 역외탈세 ‘파나마 페이스’ 사건부터 혼외자 루머에 이르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천다오인 전 상하이정치법률대학 교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해 대중은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성관계를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면서 “장가오리가 미투 고발을 부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말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가오리가 펑솨이의 고발을 인정할 경우 펑솨이는 중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공산당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이번 미투 사건이 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조용하게 넘어가길 바란다는 해석이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장가오리가 대중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은 중국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면서 “만약 공산당이 내부적으로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이는 폭풍이 지나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