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 가해자로 지목했던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로이터통신은 펑솨이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행방이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면서 장가오리가 마지막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맞이 행사 때였다고 전했다. 장가오리 전 부총리는 1946년생으로 개혁개방의 근거지인 남부 광둥성에서 정치 경력을 쌓고 공산당 권력의 핵심인 중앙당 정치국 상임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과거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곧 게시물은 삭제됐다. 하지만 이 글이 전 세계에 퍼지고 또 펑솨이의 행방이 묘연하자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2014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테니스 스타로 꼽힌다.
이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지난 21일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하고 “안전하게 잘 있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펑솨이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기는 점 등 그의 소재와 안전이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부총리 역시 행방을 알 수 없는 건 중국 공산당이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에서 공직자 성 파문에 따른 징계는 통상 조사가 끝난 이후에 발표된다는 설명이다. 과거 역외탈세 ‘파나마 페이스’ 사건부터 혼외자 루머에 이르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천다오인 전 상하이정치법률대학 교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해 대중은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성관계를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면서 “장가오리가 미투 고발을 부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말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가오리가 펑솨이의 고발을 인정할 경우 펑솨이는 중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공산당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이번 미투 사건이 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조용하게 넘어가길 바란다는 해석이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장가오리가 대중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은 중국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면서 “만약 공산당이 내부적으로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이는 폭풍이 지나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