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바꾸는 임무를 가진 우주선이 미국에서 발사됐다. 지구로 돌진하는 거대한 소행성을 둘로 쪼개 지구와의 충돌을 막는 영화 ‘아마겟돈’의 줄거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3일 밤 10시 21분(현지 시간·한국 시간 24일 오후 3시 21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을 스페이스X의 팔콘 9호 로켓에 실어 발생했다.
이 우주선의 임무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비행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실험 대상은 태양계 소행성인 디디모스(지름 780m)의 위성 격인 디모르포스(지름 160m)다. 디모르포스의 크기는 축구장 하나와 엇비슷하다. 두 위성은 태양 주위를 매 2년마다 한 바퀴씩 돈다.
중량 620㎏의 DART 우주선은 내년 9월쯤 지구에 1100만㎞ 거리로 접근하는 디모르포스에 시속 2만4140㎞로 충돌시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행성이 물리적 충격으로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나사는 전해졌다.
이 우주선은 우주로 발사된 뒤 태양 주위를 거의 한 바퀴 돈 뒤 축구장 크기인 디모포스 소행성의 궤도와 만난다. DART는 충돌 4시간 전에 디모포스를 향해 가속해 시속 2만4140㎞에 도달한다. 충돌 20초 전까지의 영상은 DART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지구에 실시간으로 전송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충돌 10일 전 발사하는 이탈리아 우주항공국의 소형 위성이 디모포스에 약 55㎞까지 근접해 DART가 충돌하기 전후 상황을 6초 간격으로 전송하게 된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 프로젝트를 두고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아마겟돈’을 재연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화 ‘아마겟돈’처럼 핵폭탄으로 우주 암석을 파괴하는 방식은 더 많은 위험한 파편을 형성해 지구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사는 핵폭탄은 지구를 방어하는 수단에서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항공우주기술자인 브렌트 바비는 앞으로 수십 년 이내에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 DART의 임무가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지만 소행성이 조금이라도 크고 사전 경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운동충격체보다 핵무기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 소속 과학자 토마스 주버첸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3억3000만달러(약 3921억7200만원) 비용이 들었으며 “우리의 이번 목표는 소행성이 더이상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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