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식 둘째 날인 24일 빈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정체불명’의 근조화환이 세워졌다가 뒤늦게 치워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쯤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지하 2층 특실 1호실에는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도착했다. 이 화환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낸 화환 옆에 서 있었다. 끝에는 마찬가지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화환이 놓였다.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것으로 알았던 화환은 뒤늦게 가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하 변호사 측은 “저희가 보내는 조화는 오후 4~5시 사이 도착할 예정”이라며 “오전 조화는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없고 대통령님이 보낸 게 아니다”고 밝혔다. 오전 중에 온 조화는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와 전씨는 생전 복잡한 인연으로 얽혀 있었다. 1979년 10·26사태 직후 합동수사본부장이던 전씨는 청와대 금고에서 6억원을 찾아 선친을 잃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러나 전씨는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박정희 정권과 거리를 뒀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18년 간 사실상 은둔의 삶을 살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됐을 때 전씨를 만나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들렀다. 이후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다시 재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의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지난 22일 지병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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