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 “코로나 상황이라도 집회 자유 보장하라”

입력 2021-11-24 15:19
민주노총이 집회를 예고한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 모습. 집회 금지를 통보한 경찰이 차벽으로 광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 속에서도 헌법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의견 표명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청 인권위는 인권 전문가 등 시민으로 구성된 경찰청장 자문기구다.

경찰이 감염병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민주노총의 도심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금지하는 가운데 경찰청 인권위에서 이 같은 의견 표명이 나오면서 향후 경찰의 집회 대응 기류가 바뀔지 주목된다.

경찰청 인권위는 지난 19일 경찰청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경찰청장은 국민들의 집회·시위라는 헌법적 권리 보장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함께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로나 19 방역 상황에서도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차단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은 집회 주최 측이 참여자들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를 약속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뒷받침할 경우 집회시위에 대한 금지 통고처분 자제 등 집회·시위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인권위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확보 등 방역지침 준수를 조건으로 집회·시위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주최 측이 이러한 조건을 준수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만약에 주최 측이 조건을 위반하거나 감염병 확산 관련 위법한 행위를 하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인권위 문경란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되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마지막 통로가 집회·시위”라며 “방역을 이유로 무조건 집회·시위를 막기보다는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