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고 꼬집었다. 한국 사회가 애를 낳아 기르기 힘든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최 석좌교수는 23일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면서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길래 애를 낳는 거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죄송합니다. 너무 심하게 얘기를 했다”면서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진화생물학자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거기서 애를 막 낳아 주체를 못하는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석좌교수는 “대한민국에서는 애를 낳아 키워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개인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그런 고민 끝에도 애를 낳는 분들은 제가 보기엔 계산이 안 되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어 “힘들 걸 뻔히 알면서도 행복을 위해 과감히 출산을 하고 기르는 분들은 결과적으로 애국자”라면서도 “아무리 계산을 해도 결코 현명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 석좌교수는 과거 어른들은 ‘애는 낳으면 알아서 큰다’고 했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결혼 비용부터 많은 계산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인 답변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옛날보다 지나치게 현명해진 세대, 지나치게 똑똑해진 세대의 불행”이라고 진단했다. 최 석좌교수는 이어 “제대로 된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젊은 층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 기준에 못 미치니 아이 낳고 결혼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석좌교수는 자신이 아이를 키울 때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 최 석좌교수는 직업이 교수라 직장인에 비하면 조율할 시간이 많았지만 아이를 데리러가느라 교수 회의에 종종 빠진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선배 교수들이 대놓고 ‘자네는 마누라도 없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최 석좌교수는 과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대학 강의실에 아이를 세번 정도 데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중 딱 한번 아이가 화장실이 급해 2분 정도 화장실을 같이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다. 최 석좌교수는 “이후 6~7명 정도 학생이 ‘집에 가서 애나 봐라’는 식으로 강의 평가를 했다”며 “당시 대한민국 대학의 수준도 그정도였다”고 말했다.
최 석좌교수는 요즘 남성들은 아이도 잘 챙기고 많이 돌본다면서도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관점이 유지되는 한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저출산 문제를 대한민국 정부가 인식한 게 너무 늦었다”며 “아이들이 크는데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돈을 투자해 교육제도 등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석좌교수는 또 “자식을 길러보는 기쁨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라면서 아이가 행복하게 잘 크고 부모로서 잘 크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한 가정을 누리고 살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저출산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출생아수는 1년 전보다 2337명 감소한 6만6563명으로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합계 출산율은 1분기 0.88명, 2분기 0.82명에 이어 3분기도 0.82명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합계출산율도 4년 연속 1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