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물건 고르듯 수사 안 해” 공수처 직격한 검사

입력 2021-11-24 13:51 수정 2021-11-24 14:17

“검사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사건 골라서 수사하지 않는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의 공보담당이었던 강수산나 부장검사가 2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의 내용이다. 강 부장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강 부장검사는 이날 “요즘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회의와 대면 접촉을 줄이고 메신저와 쪽지로 수시로 의사소통하는데 언제든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자유로운 소통이 제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팀의 메신저를 압수수색하기로 한 데 대한 비판이다.

그러면서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가 있었고 기존 수사팀에 대한 수사 단서가 없어 종결된 사안”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사와 공판을 힘겹게 이어 가는 검사들에게 이렇게까지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강 부장검사는 특히 “검사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사건을 골라서 수사하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니다”며 “특정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뿐 아니라 감찰, 수사로 이어지는 괴롭힘을 당한다면 향후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검사들이 얼마나 남을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한 대검찰청과 수원지검의 압수수색에 참여할 것을 통지한 상태다. 수사팀 내부에서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정황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다. 압수수색 날짜는 26일로 정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수원지검 수사팀도 이날 오전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공소장은 기소가 되면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돼 검찰 구성원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데, 유출 가능성이 언급된 검사들 중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들의 접속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