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만 4개월 내 70만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미성년자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53개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내년 3월까지 22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지역 코로나19 사망자는 현재까지 150만명이다. 이번 겨울을 거치면서 70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WHO 유럽사무소는 코로나19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주요 사망원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는 매일 약 4200명씩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일일 평균 사망자의 2배다.
WHO 유럽사무소는 유럽과 함께 이스라엘 터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를 함께 맡고 있다.
이들은 유럽·중앙아시아 53개국 중 49개국이 내년 3월까지 중환자 발생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5개국은 병상 부족을 겪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지난 9월 셋째 주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당시 기준 일주일간 신규 감염자는 110만명이었다. 두 달 만인 이달 셋째 주에는 배 이상 늘어난 240만명이 새롭게 감염됐다. 이는 해당 기간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사례의 약 67%에 해당한다고 CNBC방송은 설명했다.
CNBC가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독일은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5만1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최대 기록을 세웠다. 러시아는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평균 121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WHO 유럽사무소는 델타 변이 전염성 강화와 백신 미접종을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기로 한 나라들의 결정을 비난했다.
한스 헨리 클루게 WHO 유럽지국장은 성명에서 “이 바이러스(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면서 일상생활을 지속하려면 ‘백신 플러스’ 접근이 필요하다”며 “백신 완전접종 및 추가접종(부스터샷)과 함께 예방조치를 일상생활에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봉쇄와 혼란을 피하려면 이번 겨울 동안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두기, 코로나19 검사, 접촉자 추적을 포함한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백신 효과 약화를 고려해 의료인과 60세 이상은 추가 접종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WHO는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하는 조건”이라며 “겨울이 유럽에서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스트리아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전날부터 4차 봉쇄에 들어갔다. 네덜란드는 앞으로 3주간 스포츠 행사 참석을 금지하는 등 부분 봉쇄를 도입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 스테판 쿠스 연구책임자는 “우리는 울퉁불퉁한 겨울을 예상하고 있다”며 “팬데믹은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지난 9월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유럽이 경제회복의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NYT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일련의 강력한 정부 규제였다”며 “백신에 내성이 생기고 마스크 착용 같은 감염 방지 조치에 대한 지지가 시들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와 어린이병원협회(CHA)는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미성년 환자가 지난 4일 기준 10만7000명에서 18일 14만10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성년 환자는 이번주 신규 확진자의 25%에 달했다. 전체 인구에서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약 22%)보다 높은 비율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로 지난달 말 기준 5∼11세 입원 환자는 8300명, 사망자는 939명이다.
숀 올리리 콜로라도 의과대 교수는 “어린이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감염 사례가 증가했다”며 “백신이 성인층에게 널리 전파된 뒤 미국 전체 감염자 중 어린이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전문가 폴 오피트 박사와 제프리 거버 박사는 지난주 사이언스지 기고문에서 “코로나는 어린이 질병”이라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어린이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