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시달린 지 수십년… 결국 남편 살해

입력 2021-11-24 09:28 수정 2021-11-24 09:39
국민일보DB

수십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60대 아내가 국민참여재판 끝에 징역형에 처해졌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0·여)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29일 오후 6시10분쯤 인천시 서구의 아파트에서 남편 B씨(66)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날 외출 후 돌아온 B씨와 술을 마시다 취한 B씨가 아무런 근거 없이 외도를 의심하며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조르자 몸싸움을 벌였다. 남편이 친정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하자 격분해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인 행동으로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배심원 7명 만장일치로 A씨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고, 징역 10∼13년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양형 의견을 밝혔다.

이들의 의견은 판결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평소 협심증 등을 앓아 약을 먹었고 사건 그날 만취한 상태로 거동에 제한이 있었다”며 “이런 상태에서 40여년간 함께 살아온 배우자에게 목이 졸린 상태로 서서히 숨이 끊어지며 겪었을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무런 전과 없는 초범으로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수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잦은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