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망설이던 투자, 이재용 나서자 풀렸다

입력 2021-11-24 08:36 수정 2021-11-24 10:57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지난 5월 17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이뤄지자 투자가 본격화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애벗 주지사 트위터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는 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의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점유율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백신과 반도체라는 두 가지 현안을 빠른 시간 내에 추진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4일 삼성전자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살펴보는 것으로 2021년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경영에 복귀한 지난 8월에는 24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절대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이겠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