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계엄군의 무차별적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형사고발해 재판을 진행 중인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가 23일 전씨 사망 소식에 “최소한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건데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허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씨 사망 소식에 조비오 신부 조카인 조영대 신부와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조 신부님도 ‘죽음을 앞둔 사람이 솔직해지고 진솔해지고 뭔가 내려놓고 이랬으면 좋았을 건데 끝까지 그런 모습으로 사망을 해서 원망스럽고 한스럽다, 안타깝다’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대해선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전두환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사망해 형사소송법 328조에 의해서 피고인 사망 사실이 확인되는 서류가 제출되면 공소기각 결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역사에는 유죄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심에서 수많은 증거조사와 법리적 논쟁을 거쳐서 1980년 5월에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전두환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그 역사적 의미는 상당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백담사에서 100일 기도를 하는 등 5·18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이미 사과를 다 했다는 전씨 측 입장에 대해선 “사과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광주는 화해와 용서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의 중심에 서 있는 전두환이 전혀 용서를 구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갔다. 적반하장이고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은 오는 29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