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적막감이 맴돌았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이었지만 통상 줄을 잇던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뜸했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 빈소를 채운 건 주로 5공 인사들이었다.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영일 전 의원을 시작으로 하나회 멤버였던 고명승 전 3군사령관, 김진영·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신윤희 전 육군 헌병부단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오후 5시쯤 빈소에 도착했다. 다소 수척한 모습의 이씨는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빈소에 들어섰다. ‘5공 실세’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의 자택부터 빈소까지 유가족과 동행했다.
근조화환은 간간히 도착했다. ‘하나회 막내’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에 이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김일윤 헌정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조화가 시차를 두고 빈소에 들어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조화를 보냈다. 앞서 이 대표는 조문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당을 대표해 조화는 보내겠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조화나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들이 보낸 조화는 전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12분쯤 조화를 보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낸 조화도 뒤따랐다.
한편 이날 오후 6시쯤 전씨의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 앞에서 ‘전두환 심판 국민행동(국민행동)’ 관계자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오늘 전두환씨가 국민과 역사 앞에 아무런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역사 정의를 수립하기 위한 우리 모든 시민들의 대장정은 계속될 것임을 선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