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오픈카를 탄 채 음주운전을 하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제주 오픈카 사건’의 3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제주지검은 22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열린 A씨(34)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제주 여행 내내 이별과 재회에 대해 갈등하던 중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했고 결국 이를 실행해 옮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물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있던 피해자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 및 음주운전)로 불구속기소됐다.
A씨는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롯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A씨가 타고 있던 차는 ‘오픈카’ 형태의 컨버터블형 차량이었다.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여자친구 B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이듬해 8월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자백했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사고 상황에 대해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이 일어나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A씨에게 “사고 당일 술을 얼마나 마셨나”,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나”, “본인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했었나” 등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재판 내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A씨는 “해수욕장에서 술을 마시고 나서부터 기억이 없다”며 “경찰 조사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피고인과 피해자 간 일부 다툼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다퉜으니 죽일 만도 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 사건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무리하게 기소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안전벨트 안 했네?’ 발언은 당시 분위기상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을 알려주는 일상적인 주의의 말로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범행을 무산시키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앞서 피해자 B씨의 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제주도 오픈카 사망 사건’의 친언니입니다. 부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지면서 이목을 끌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위험운전치상’과 ‘음주운전’ 등 단순 사고로 처리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건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쯤 열릴 예정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