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토킹 SOS에… 경찰 “스마트워치 없다” 지급 미뤄

입력 2021-11-23 18:27 수정 2021-12-16 18:47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던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제때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스토킹 범죄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이사를 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30대 여성이 스마트워치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고도 전 남자친구에게 피살당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경찰의 스마트워치 관리와 운용상 구멍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김포경찰서는 지난 7월 112신고를 받고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40대 남성 A씨가 “죽여버리겠다”며 오피스텔 현관 앞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해당 신고는 지나가던 배달원이 “며칠째 남성이 소란을 부리는데 이러다 큰일 날 것 같다”고 경찰에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장기간 스토킹 피해를 입어왔다고 한다. 처음 경찰이 출동했던 7월 당시는 스토킹처벌법 시행(10월 21일) 이전이라 사건은 벌금형의 약식 기소로 마무리됐다. 당시 B씨는 경찰로부터 “스토킹에서 벗어나려면 이사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이후 B씨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그를 112 긴급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한 뒤 스마트워치 지급도 약속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곧장 지급받지 못하고 “재고가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었다. 지난달 초 보호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도 받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늦은 밤에 사건이 벌어져 재고를 확인하기 어려워 당일 지급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 얼마 뒤 재고를 확보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한 달 뒤 ‘스마트워치를 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대인기피증 탓에 나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변보호 기간이던 지난 9월에도 스토킹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A씨에게 경고장만 발송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외출도 하지 않는 B씨의 신변 보호 기간은 별다른 안내 없이 종료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시로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지난 7일에도 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은 전화로 상황을 확인한 뒤 순찰 강화 조치를 취했다. A씨는 9일 또다시 난동을 부렸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제야 그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한쪽에만 수갑을 차고 있던 A씨는 다른 손으로 ‘풀려나면 널 죽이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A씨 체포 이틀 뒤에야 스마트워치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스마트워치 예산은 총 20억7300만원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총액(1001억1400만원)의 2% 수준이다. 전국 경찰이 보유한 스마트워치는 지난 9월 기준 3700대지만, 신변보호 조치 추이는 2017년 6675건에서 지난해 1만4773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증가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물량이 적어 제때 지급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인근 경찰서에서 빌려와야 한다”며 “긴급 상황을 대비해 최소 1~2개 정도는 보유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스마트워치 실효성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30대 여성 A씨가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호출을 보낸 뒤 엉뚱한 위치 값으로 피살된 사건에 앞서 유사한 사건이 4년 전에도 있었다. 2017년 부산에서도 스마트워치로 구조 신호를 보낸 50대 여성의 위치값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아 피살된 것이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문제점을 개선해 안타까운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알림 및 반론보도] 경기 김포경찰서 관련
본지는 11월 23일자 「[단독] 스토킹 SOS에… 경찰 “스마트워치 없다” 지급 미뤄」 제하의 기사에서 경기 김포경찰서가 지난 7월 접수된 스토킹 피해 신고와 관련해 피해자 B씨에게 “이사가라” 언급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으며, B씨가 9월 스토킹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40대 남성 A씨에게 경고장만 발송했고, 11월 7일에도 신고를 접수했으나 경찰은 전화로 상황만 확인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포경찰서 측은 지난 9월과 11월 7일 B씨의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접수된 후 B씨의 주거지 인근에 출동하여 피해자와 전화통화해 현장상황을 청취하고 B씨의 요청에 따라 순찰 강화 조치 등을 취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경찰은 “B씨에게 거주지 이전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 보호·지원 매뉴얼’에 따른 피해자 권고사항을 설명한 것이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박민지 김판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