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두발과 복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학교규칙(학칙)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 31개교 학교장들에게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3일 “서울 소재 학교들이 학칙으로 학생의 두발과 복장 등 용모를 제한하고 있다는 다수의 진정을 접수한 뒤 이들 학교의 학칙과 운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총 31곳에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의 머리 염색·퍼머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거나 ‘똥 머리’ ‘스포츠형 머리’를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복을 재킷까지 모두 착용해야 외투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종교적 액세서리를 포함한 모든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었다. 신발과 양말의 색상·모양까지 제한하는 학칙이 적용된 곳도 있었다.
인권위는 “학교가 교육 목적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 헌법에서 보호하는 개성을 발현할 권리, 일반적 행동자유권, 자기 결정권 등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학생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은 기각했다. 인권위는 “(해당 기관이) 학교에서 두발과 복장 등을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2018년 9월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을 한 바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도 201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통해 두발과 복장 등 용모와 관련된 사항을 학칙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라고 한 조항을 삭제했다.
한편 인권위는 학칙 개정을 권고받은 31개교 중 27개교에는 용모 제한 학칙을 근거로 벌점을 부과하거나 지도·단속하는 행위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또 서울시 교육감에게는 “학생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각 학교를 감독하라”고 권고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