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는 윤석열과 김종인…尹 “그 양반 말씀 묻지 말라”

입력 2021-11-23 18:01 수정 2021-11-23 22:1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3 yatoya@yna.co.kr/2021-11-23 09:33:17/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이제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거부를 시사한 것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 또한 “그 양반 말씀을 내게 묻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태의 조기 수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없이 일단 선대위를 ‘개문발차’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게(총괄선대위원장) 무슨 대단한 자리라고”라며 “더 이상 정치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선거에 대해 신경을 쓸 하등의 의무도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와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기자님들이 파악해 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 양반 말씀하는 것은 내게 물어보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을 먼저 찾아갈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에게) 왜 이 분(김병준)이 상임선대위원장이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며 “상임선대위원장을 따로 두는 것은 본인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 거부를 시사하고 윤 후보도 불편함을 내비치면서 양측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김종인 전 위원장은 ‘3김’으로 대변되는 선대위 구성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 구성에 대한 철학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11.23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2021-11-23 12:55:46/

윤 후보 측에서는 “후보는 할 만큼 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0일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종인 전 위원장을 찾아가 양측의 관계를 개선시키려 노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은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21일 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인선까지 보류하라고 요구한 것은 도를 넘은 행태였다는 게 윤 후보 측의 생각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요구를 거의 다 받아줬던 것 아니냐”며 “윤 후보는 설득을 위해 다른 방안을 제시하거나 추가로 만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기다리지 않고 선대위 구성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서울시당 핵심당직자들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어제부터 선대위 구성에 착수했다”며 “이제부터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극적인 화해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장제원 의원이 이날 ‘백의종군’ 의사를 밝힌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장 의원을 기용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제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