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쓰러진 91세 이모씨. 가족이 쓰러진 이씨를 발견해 곧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A형 급성 대동맥 박리(파열)’ 진단을 받고는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파열된 부위를 제거하고 인조 혈관으로 대체해주는 대동맥치환술이 재빨리 이뤄졌고 90대 고령임에도 합병증 없이 회복돼 퇴원할 수 있었다.
대동맥질환자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액량 및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흡연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말판 증후군’ 같은 유전적 소인이나 대동맥의 선천적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관 벽 역시 노화가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고령일수록 대동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급성 대동맥질환은 극심한 가슴 통증을 동반하며 의식을 잃기도 하는데,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이씨 처럼 바로 수술을 받는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전문화된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급성 대동맥증후군은 급성 대동맥박리, 급성 대동맥벽내혈종, 관통죽상경화성궤양이라는 3가지 질환을 모두 일컫는 용어다.
발병 시 흉부, 등쪽, 복부에서 잡아 째는, 꿰뚫는,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CT를 통해 진단되며 급성 관상동맥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A형 급성대동맥 박리는 증상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사망률이 빠르게 증가하며 응급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수일 내 사망할 수 있다.
급성 대동맥증후군 뿐 아니라, 흉부 및 복부 대동맥류 또한 파열의 위험성으로 인해 신속한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살인자’로 불리우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2만1659명이었던 흉·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8년에는 2만9137명까지 늘었다. 2020년 이후로는 연간 최소 3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대동맥질환은 모두 정확한 진단 및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대동맥 질환은 고난도의 수술을 필요로 한다. 심장내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를 비롯해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로 이어지는 긴밀한 협업이 뒷받침 되어야만 하기에 전문성을 갖춘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은 대동맥질환자들만을 위한 ‘대동맥 클리닉’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대동맥 핫라인’을 구축해 전국 각지 병원으로부터 급성 대동맥 환자들을 빠르게 전원해 치료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이명묵 원장은 23일 “생명이 위급한 환자, 지역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