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표몰이’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그는 ‘스토킹 범죄’와 ‘여경 논란’ 등 민감한 이슈에 연이어 목소리를 얹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대녀(20대 여성)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데, 그나마 남아 있는 이대녀마저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선발과 관련해 “체력 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자격 조건을 둘 게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층간소음 갈등 흉기 난동 사건에서 촉발된 여경의 현장 부실 대응 논란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같은 날 ‘스토킹 살인에 성차별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범죄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그게 왜 페미니즘을 하는 근거가 되느냐”며 되물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데에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기사를 공유하며 “선거 때가 되니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된다”고 적었다.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장 의원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표심을 잃겠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젠더 논쟁’을 자주 야기하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23일 “이 대표가 한쪽의 손을 들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 의원은 “여성이 아직은 약자”라며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당내에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030 남성을 겨냥하기보다는 이념적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는 이 대표의 사견을 말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젠더 이슈로 표심을 끌기보다는 20대 여성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