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대남’ 본격 표몰이…“이대녀는 어쩌고” 우려도

입력 2021-11-23 17:5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개인형이동수단 활성화와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표몰이’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그는 ‘스토킹 범죄’와 ‘여경 논란’ 등 민감한 이슈에 연이어 목소리를 얹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대녀(20대 여성)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데, 그나마 남아 있는 이대녀마저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선발과 관련해 “체력 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자격 조건을 둘 게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층간소음 갈등 흉기 난동 사건에서 촉발된 여경의 현장 부실 대응 논란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같은 날 ‘스토킹 살인에 성차별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범죄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그게 왜 페미니즘을 하는 근거가 되느냐”며 되물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데에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기사를 공유하며 “선거 때가 되니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된다”고 적었다.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장 의원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표심을 잃겠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젠더 논쟁’을 자주 야기하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23일 “이 대표가 한쪽의 손을 들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 의원은 “여성이 아직은 약자”라며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당내에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030 남성을 겨냥하기보다는 이념적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는 이 대표의 사견을 말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젠더 이슈로 표심을 끌기보다는 20대 여성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