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정책연구마저 “수기명부, 방역 별 도움 안돼”

입력 2021-11-23 17:13 수정 2021-11-23 17:59
한 카페에 수기명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식당·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활용되는 출입명부 기록 방식 중 수기명부가 역학조사 효용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수기명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방역 당국 보고서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질병관리청이 길의료재단에 의뢰해 진행한 ‘출입명부의 코로나19 방역 효용성 평가’ 정책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역학조사 담당자들은 수기명부의 효용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길의료재단 연구팀은 지난 7월 14일~9월 2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를 경험했던 191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역학조사 방법으로 카드결제정보(86%)를 꼽았다. 이후 QR코드 등 전자출입명부(KI-Pass·83%), GPS 및 CCTV (81%)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자 데이터 외에 확진자 또는 시설관리자의 진술(69%)도 역학조사에 크게 활용된다고 꼽았지만 수기명부(21%)를 꼽은 응답자는 가장 적었다. 이 밖에도 전화를 걸어 방문 기록을 남기는 안심콜(64%), 재난문자 발송(39%)도 비교적 활용도가 높다고 봤다.

역학조사를 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자료 역시 활용도 인식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카드결제정보(40%)를 1순위 자료로 참고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GPS 및 CCTV 정보(32%), 방문시설 KI-Pass(16%) 순이었다. 수기명부를 참고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수기명부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들은 ‘오기입이 많아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여러 명일 경우 ~외, ~명 식으로 표기돼 정확한 명단 파악이 어렵다’ 등을 꼽았다. 또 수기명부를 바탕으로 연락을 취했을 때 ‘나는 해당 장소에 가지 않았다’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평가했다. 명부 기입 시 자신의 실제 번호를 기입하지 않아 역학 조사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사 참가 종사자들은 방역을 위해 수기명부를 전면 폐기할 수 없다면 역학조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수기명부의 부정확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디지털로 작성 가능한 수기명부의 도입 등에 대한 고려로 수기명부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기명부 방식은 관리 및 파기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꾸준히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일부 응답자는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있고 관리 감독의 문제도 있어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