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배민이냐”…신고시 ‘여경 배제해달라’ 요구도

입력 2021-11-24 00:01 수정 2021-11-24 00:01
온라인커뮤니티.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경찰이 도주하는 등 부실한 대응을 해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여경 무용론’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일선 경찰에 ‘여경을 배제하고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23일 ‘경찰이 배달의 민족이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캡처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는 경찰청 소속 직원이 ‘여경 보내지 말아 주세요, 이런다. 이해는 간다만’이라고 적은 글이 담겨 있다.

해당 글은 최근 잇따라 보도된 경찰의 미숙한 현장 대응 능력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이 112나 지구대에 신고할 때 여경을 제외하고 보내 달라는 민원을 넣는다는 말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이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여러 요구사항을 적는 상황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커뮤니티.

해당 캡처 사진에는 원본 글 외에 여러 댓글 내용도 함께 담겼다. 또 다른 경찰청 직원은 ‘어휴 우리 지구대 2시간 전 실화’라고 답을 달았다. 글쓴이가 근무하는 지구대에서 실제로 그런 전화를 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 다른 이용자들은 ‘여경 오는 것 때문에 남경 2명은 서비스로 간다. 그러나 별점은 1개다’, ‘여경 오면 경찰에 다시 전화해도 되냐’, ‘당연하다. 여경 오면 경찰 한 번 더 불러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경찰 측은 ‘여경 배제’를 요구하는 신고와 관련한 통계나 사례를 따로 집계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제로 그런 요구가 최근 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에 남녀 성별은 없다. 현장에 보낼 때 성별을 고려해서 보내는 일은 절대 없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민들의 요구”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그렇게 요구하면 이유를 들어볼 수는 있지만, 여성 피해자의 보호 활동을 위한 지원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성별을 고려해 출동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금 국민감정을 이해하고는 있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