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사죄는 없었다

입력 2021-11-23 17:05 수정 2021-11-23 17:20
전두환 전 대통령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할 마지막 기회에도 침묵을 지켰다.

그는 지난 8월 광주 법정에 출석하며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월 광주’와 관련해 그에게 들을 수 있었던 마지막 말은 “말조심해 이놈아”(지난해 11월 30일)였다.

대한민국도 그의 마지막 길을 국가장(國家葬)으로 예우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을 마치고 나서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씨가 이날 오전 8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알츠하이머와 다발성 골수종 등 지병을 앓아온 그는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전씨 측은 그가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 사실상의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회고록에서 전씨는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고 적었다. 이어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의 고지에 백골로 남아서라도 통일을 맞고 싶다”고 썼다.

1931년 1월 18일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난 전씨는 1951년 육군사관학교(11기)에 들어가 엘리트 군인 코스를 밟았다.

영남 출신 육사 동기·후배를 중심으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결성을 주도했다. 그는 보안사령관이었던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군을 동원해 시민 시위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대통령 재임 시에도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철권통치를 자행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1996년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97년 2심 선고가 확정됐으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유족으로 부인인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씨, 딸 효선씨 등이 있다. 남은 추징금은 약 956억원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