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을 준비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에는 반가운 사람이 있다. 포항의 레전드인 박태하(53)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박 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한웅수 부총재, 박성균 리그운영본부장과 함께 사우디 현지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포항 구단 레전드 자격으로도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초청받았다. 연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항공료는 연맹에서 부담하지만 숙박 등 비용은 박 위원장을 초청한 AFC가 전액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1990년대 포항의 영광을 함께한 인물이다. 92년 K리그 우승을 했고 1996년에는 FA컵 우승과 같은 시즌 ACL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더블’을 달성했다. 이어 다음 시즌에도 아시안클럽챔피언십을 우승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두 번째 우승 당시에는 준결승에서 포항의 이번 결승 상대 알힐랄에게 결승골을 집어넣었다.
연맹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지난 17일 포항 선수단 출국 직전 김기동 감독에게 전화로 응원을 보냈다. 김 감독은 박 위원장과 함께 포항에 91년 입단했으나 당시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93년 당시 유공 코끼리로 이적했다. 이후 2003년 포항에 돌아와 주역으로 활약했다. 박 위원장은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데뷔 시즌부터 주전을 차지해 2001년까지 포항에서 뛰었다.
ACL 초청을 받은 박 위원장은 결승 직전 알힐랄에서 뛰었던 수비수 살레 누에이메와 함께 ACL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에 입장한다. 경기 전 행사의 하나다. 연맹 관계자는 “AFC 측에서 준결승이 끝난 직후 초정장이 왔다”면서 “초청이 오지 않았더라도 박 위원장은 현지 파견을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포항의 원정길에서 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가 맡은 연맹 기술위는 ACL 조별예선부터 포항 등 K리그 구단에게 상대의 전력 분석을 제공해왔다. 이번 결승 역시 예외가 아니다. ACL 경기뿐 아니라 자국 리그까지 분석해 공수 기본 형태와 공략지점, 유의점과 주요 선수들을 짚어준다.
박 위원장은 연맹을 통해 “포항이 지금 선수단으로 ACL 결승에 오른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결승에 오른 건 김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치켜세우며 “남들이 안 될 거라 생각하는 일을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장은 포항 숙소와는 다른 AFC 공식 지정 숙소에 묵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