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씨 ‘옹호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며 광주를 방문해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자칫 또다시 여론의 역풍이 일지 않을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40분쯤 기자단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해 윤 후보는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윤 후보는 이날 11시40분쯤 오찬에 앞서 조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언제 갈지 모르겠는데 (장례) 준비 일정을 좀 봐서,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한 바 있다. 애초 이 발언은 조문을 가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됐지만, 윤 후보 측은 조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가 3시간여 만에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자칫 ‘전씨 옹호 발언’ 파문 때처럼 조문에 따른 역풍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당내 경선 후보들과의 오찬을 전후로 윤 후보의 입장이 정리됐다는 점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만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는 발언으로 전씨를 옹호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사흘 뒤 적절치 않은 발언임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윤 후보 SNS에 올라오면서 또 한 번 물의를 빚었다. 결국 윤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지난 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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