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원로 백낙청 “4기 민주정부 말고 2기 촛불정부 만들어야”

입력 2021-11-23 14:56 수정 2021-11-23 15:28
백낙청 창비 명예편집인이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비 제공

진보진영의 원로인 백낙청(83) 창비 명예편집인이 “촛불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다음 정부는 4기 민주정부가 아니라 2기 촛불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편집인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새 책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정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촛불대항쟁이 아니고는 성립할 수 없었던 정부였다고 본다. 대통령도 촛불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 또 대통령 주변에서 우리가 촛불혁명의 통로가 되겠다는 마음을 얼마나 가졌는지 모르겠고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본다”면서 “촛불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실력과 의지를 가진 촛불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쪽에서는 4기 민주정부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저는 그게 정확한 표현이 아니고 ‘4기 민주당정부’라고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4기 민주당정부가 자동적으로 2기 촛불정부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민주당정부 4기를 원하지 않는다. 촛불시민들은 2기 촛불정부를 원하는데 민주당은 갈아치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민주당에선 정권 재창출과 민주당정부 4기, 나아가 자신의 재선이 중요하지 촛불 2.0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하고 “다음에 2기 촛불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민주당정부가 들어서면 5년 후엔 반드시 정권이 넘어간다. 그러면 촛불혁명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2기 촛불정부의 과제에 대해서는 “수구세력은 박근혜 탄핵에만 동의했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민낯이 검찰, 언론, 사법부 등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드러낸 게 촛불혁명의 성과이고 지금도 촛불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라이미 시작한 검찰개혁을 더 잘 해내야 되고 언론도 개혁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우리가 더 탐구해서 개혁할 건 해야 한다.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데 맨날 ‘곳간이 비어서 안 된다’며 가계부채만 늘리는 경제관료들의 적폐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편집인은 이날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선인의 죽음이든 악인의 죽음이든 일단 죽음 앞에선 우리가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평소에 품었던 전두환에 대한 생각을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백 편집인은 새 책에서 2016년 시작된 촛불혁명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며 이를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힘으로 묶어내는 걸 우리 시대의 과제로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나라 만들기는 ‘한반도식 나라만들기’로 자본주의를 본질로 하는 근대에 대한 적응과 극복이라는 이중과제를 실천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서장에 “분단체제는 동학과 3·1이 꿈꾸었던 범한반도적 나라만들기를 70년 가까이 막아왔는데, 이 길고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나라만들기를 진척시킬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촛불혁명”이라고 썼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