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념물 제4호 이성(李城)에서 7세기 백제시대의 다각다층(多角多層) 건물터가 확인됐다.
시는 한성문화재연구원과 진행 중인 세종 이성 발굴조사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온전한 형태의 다각다층 건물터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성 시굴조사는 현재 성내에 있는 4개 층으로 구성된 평탄지와 주변 동벽 구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평탄지의 1단에서 백제 사비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다각다층 건물터가 매우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다.
12각 다층 건물터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으며 이번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는 첫 번째 사례다.
건물터는 중심부에 네모난 형태로 12개의 초석을 놓았다. 이 사각 모양의 초석 외곽에 30도 각도로 초석을 3열씩 놓으며 12각을 완성했다. 중심부 사각의 대각선 방향으로 바닥에 열 십(十)자 형태의 홈을 파놨다.
초석의 배열형태를 볼 때 건물은 2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층은 12각, 2층 이상은 네모반듯한 형태를 갖췄을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평탄지 2단과 4단에서는 네모난 모양의 방형(方形) 초석건물지, 3단에서는 점토 저수시설이 배치돼 있었다.
이는 성내 위계에 따른 구분으로, 세종 이성이 국가적인 의례행위의 공간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동벽에서는 돌로 된 성벽 안쪽에 물을 막는 차수벽을 두고, 다시 안쪽에 집수시설을 조성한 흔적이 발견됐다. 고도화된 배수기법으로 국내 고대산성 중에서는 처음 발견된 방식이다.
주변에서는 당나라의 대표 청동화인 개원통보(開元通寶)를 비롯해 다량의 기와가 발견됐다.
방형 건물지에서 출토된 기와 중에는 ‘연화문수막새’가 다수 있었으며 고구려 기술이 접목됐거나 백제 웅진·사비 시대의 방식으로 제작된 기와도 발견됐다. 과거 고구려와의 기술 교류 및 백제의 기와 제작 전통을 추정할 수 있는 사료다. 이에 비춰볼 때 건물 축조시기는 7세기 백제 사비기로 추정된다.
이성은 백제시대 사비기에 처음 지어진 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일부 보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는 향후 연차별 발굴조사와 정비 복원을 통해 이성을 삼국시대 관련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현구 세종시 관광문화재과장은 “이성은 삼국시대 산성의 특징과 역사성을 밝힐 소중한 자료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다”며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이성의 역사적인 가치를 확인하고 시민들의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