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5·18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에 대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 사죄하라고 하면 질문이 되나”라며 “육하원칙을 지켜라”라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두환 회고록’ 집필에도 관여한 민 전 비서관은 23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 전 비서관은 취재진이 ‘전 전 대통령이 죽기 전 5·18에 대해 사죄는 했나’라고 묻자 “질문하는 뜻이 ‘광주에서 당시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사실상 지휘하고 발포 명령한 것 아니냐. 사죄하라’ 아닌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자라면 육하원칙에 따라 써야 한다. 무조건 사죄하라고 하면 질문이 되나”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형사소송법도 죄를 물으려면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라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건 사람을 붙잡아놓고 이실직고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면서 “당시 보안사령관이 지휘계통에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공수부대를 지휘하고 발포 명령했냐는 걸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전 비서관은 “발포 명령이 없었다. 보안사령관이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당시 계엄사령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두환과 관련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개월이 지난 후에 대통령이 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충분히 못 했기에 그런 점이 유감스럽다는 말”이라며 “구체적으로 발포 명령을 했기 때문에 사죄하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사망 당시 상황에 대해 “아침에 화장실에 가시다가 쓰러져서 회복을 못 하고 운명했다”면서 “이순자 여사만 계셨고 연락할 틈도 없이 운명해 응급처치를 못 하고 돌아가셨다”라고 설명했다.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오전 8시5분쯤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고 경찰은 오전 9시12분쯤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시신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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