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미납 세금 9억, 추징금 956억 환수 못하나

입력 2021-11-23 13:29 수정 2021-11-23 13:31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년 03월 11일. 최현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0세. 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그가 미납한 추징금 956억원과 세금 9억7000만원에 대한 추가 환수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관련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진승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검찰이 환수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은 1249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7%로, 미납 추징금이 956억원이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총 1235억원을 환수했다. 올해는 7월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한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8월에 임야 공매 낙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을 받는 등 14억원을 환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가 중단된다.

유산과 함께 상속되는 채무와 달리 벌금이나 추징금 등은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따라 납부 의무자가 사망하면 ‘집행불능’으로 처리된다.

형사소송법은 예외적으로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상황에서 미납 추징금 환수가 가능한지 법률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추징이 어렵지만, 그가 제삼자 명의로 해둔 재산에 관해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는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313억여원을 낸 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말과 함께 완납을 미뤘다.

이에 검찰은 2003년 “전씨의 재산목록을 정확히 밝혀달라”며 법원에 재산 명시 신청을 냈고,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목록을 명시했다. 이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진돗개 2마리와 TV·냉장고·피아노 등을 경매에 부쳐 1억7950만원을 확보하는 등 추징금 집행에 나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사진은 올해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나서는 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지방세도 받을 가능성이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의 지방세 체납액은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9억7000만원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4~2015년 아들 재국·재만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소득세 등 5억3699만원을 내지 않아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가산금이 붙어 체납액은 9억7000만원이 됐다.

국세, 지방세 등 세금은 법정 상속분으로, 유족이 고인을 대신해 내야 한다. 다만 유족이 상속을 포기하면 세금 납부 의무가 없어진다. 그 경우 세무당국은 고인의 재산을 공매해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검찰 등 관계 당국이 전 전 대통령 재산을 몰수·공매 등에 넘겼기 때문에, 서울시가 추가적으로 체납 지방세를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