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안 낸 956억원… “원칙은 집행불능, 논의 여지 있다”

입력 2021-11-23 12:22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분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청하는 공식 석상에 노출된 마지막 모습. 연합뉴스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은 25년째 미납 상태인 천문학적인 추징금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 검찰의 미납 추징금 특별 환수팀 구성을 거치며 국가는 현재까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절반 이상인 1249억원가량을 집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추가로 걷힐 돈으로 남아 있던 실정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지난해까지 약 1235억원을 환수했으며, 올해에는 14억원을 추가 집행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의 해석을 종합하면 전 전 대통령 사망에 따라 검찰이 9년째 계속해온 미납 추징금 환수 절차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판의 효력은 피고인에 대해서만 미치는데, 추징도 일종의 형벌 집행이라서 당사자에게만 한정된다는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는 별개의 법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전 전 대통령 ‘생전 환수’를 목표로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결국 국가가 전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서 ‘상속재산’을 추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 형사소송법 478조가 피고인이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에 대해 벌금 또는 추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예외적인 규정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이 아닐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 전 대통령은 이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 대상이 아니었다.

검찰 사무규칙상으로도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에 대한 ‘집행 불능’ 결정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25조는 벌과금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납부 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가 집행 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에도 형소법 478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관해 집행할 수 있는 경우’라면 가능했지만, 전 전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되지 않으면 압류절차를 취소해야 한다.

다만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의 환수 절차가 바로 종료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며, 보다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제삼자 명의의 재산에 대한 공매 등 여러 환수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일단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공매 절차 등으로 집행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도 안 된다고 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 조항은 위헌 시비가 있었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단을 받았다.

범죄수익 환수 역할은 사회적 관심에 따라 점점 커져 왔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2018년 범죄수익환수부가 신설됐고, 이 부서의 출범 이후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노력은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은 그간 압류만 돼 있던 서울 연희동 자택에 대해 공매를 개시한 일이었다.

첫 범죄수익환수부장을 역임한 박철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수천만원 단위의 작은 집행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작업도 검찰 내부에서 속도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