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 없음’… 전두환 5·18 형사재판도 종지부

입력 2021-11-23 11:24 수정 2021-11-23 13:07
국민일보DB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면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채 광주에서 진행 중인 5·18 형사재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형사소송법 328조에 따르면 형사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사망 시 재판부는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오는 29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즉각 항소하며 지난 5월부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1심 재판장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18 기간 광주에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인정된다”며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에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판한 전씨의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검찰도 실형을 요구하며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검찰은 “전씨는 1997년 5·18 내란 살인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후 5·18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고 회고록에서 조 신부와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난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밝혔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이 법리 오해, 사실오인에서 비롯됐다며 항소했다. 진술 증거 위주인 데다 정황 증거 역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쪽에 가까운데 인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기소된 이후 3년반이 다 되도록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관할 위반을 주장하며 법적 다툼을 하거나 건강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며 지연된 탓이다. 1심에서 법관 정기 인사, 재판장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 등으로 재판장도 두 차례 교체됐다.

다만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한 민사 소송은 소송 당사자 승계 등을 통해 재판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5·18 관련 4개 단체와 고 조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현재는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 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회고록에 기술된 23가지 주장을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오전 8시55분쯤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고, 경찰은 오전 9시12분쯤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