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사죄’ 없던 전두환, 국가장 가능성 낮을 듯

입력 2021-11-23 11:09 수정 2021-11-23 12:59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전씨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면서 앞선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일하게 국가장을 치를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전씨는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끝까지 ‘5·18 광주학살’ 등의 과오를 사죄하지 않았고, 생전에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국가장으로 예우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본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이나 이런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씨의 국가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수석은 “(노 전 대통령) 경우는 조금 다르고 본인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5·18을 찾아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980년 9월 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사망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정부가 고심 끝에 국가장을 결정했다.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사망 시 국가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장법에 따른 것이었다. 이 법의 1조에는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를 국가장 대상으로 명시해 노 전 대통령이 요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12·12 쿠데타 주도와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원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입구에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사망 공식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행 국가장법에는 중대 범죄 여부를 국가장 대상 제외 사유로 두고 있지는 않다. 행정안전부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결정 이유에 대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고,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국가장 여부는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전례를 보면 전씨에게 국가장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이 수석이 “저희는 다르게 본다”며 청와대 내부의 부정적 분위기를 명확하게 밝힌 사실이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과 광주·호남 민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아울러 행안부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사유로 밝혔던 사과 여부, 추징금 납부 노력 등은 전씨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사망하기 8년 전인 2013년 9월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했다. 반면 전씨는 25년째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추징금 2205억원 중 절반 수준인 1235억원 정도만 집행됐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생전과 사후에 유족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과 달리 전씨는 과거의 잘못을 사죄한 적이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촉발된 논란과 관련된 국가장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형이 확정된 사람을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대통령은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올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