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미래, 연준 의장 재지명 된 파월에 달렸다”

입력 2021-11-23 06:14 수정 2021-11-23 07:05

온건파로 꼽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현 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다시 지명됐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됐다. 경기 회복을 위한 미국 경제 정책의 연속성이 강조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파월, 세계 경제 대통령 연임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인들을 일터로 복귀시키고 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데 지난 10개월 동안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냈다. 성공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연준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며 “파월 의장의 변함없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그를 재지명한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추세를 일관성 있게 이어가기 위해 파월 의장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싸움을 꿰뚫어 볼 적임자”라며 “파월과 브레이너드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최대 고용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춰 우리의 경제를 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물가는 가족들, 특히 음식, 주택, 교통 같은 필수품 비용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며 “경제와 더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추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업무 중심에 노동자를 두겠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대응과 금리 인상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폭증한 수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맞물리며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민감한 경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등 원자재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이제 식료품, 연료, 주거비 등 전 분야로 확산하며 그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켜 지지율 하락을 끊어내느냐가 내년 중간선거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몇 년 동안 바이든의 정치적 운명은 파월 대응에 달려있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다. 연준은 이번 달부터 1200억 달러에 달했던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씩 축소하기 시작했다. 월 감소폭이 그대로 유지되면 내년 6월에는 매입 규모가 제로(0)가 된다. 이후 대응은 금리에 맞춰지게 된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를 놓고 의견이 갈린 상태다. 일부 이사들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정상 수준인 2%대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경제를 과잉 냉각시켜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한다.

반면 고물가가 지속하고,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연준 매파들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예상보다 높은 만큼 서둘러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연준이 결정 시기를 지체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박에 쫓겨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연준의 107년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하나라도 실수한다면 경기 팽창을 끝내고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절충안 선택

민주당 내 진보세력들은 그동안 은행 규제와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브레이너드 이사의 의장 지명을 촉구해 왔었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은 파월 의장을 위험한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반씩 양분된 상원에서 인준 통과를 위해서는 공화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파월 의장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명으로 연준 이사에 올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부터 연준 의장을 맡았다. 당파성에서 자유로운 인물인 셈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금리 인상을 노골적으로 주문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서며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재건법안’(Build Back Better Act), 기후변화 대응 등 역점 사업 상원 통과를 위한 절충안도 모색해야 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광범위한 입법 의제를 흔들 수 있는 복잡한 인준 절차를 피하고 싶어했다”며 “브레이너드 이사를 부의장으로 올린 건 두 진영 간 일종의 타협”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