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사합니다. 4년 만이네요. 저희는 그저 한국에서 온 작은 보이밴드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모였고, 음악과 공연을 통해 사랑과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BTS RM)
2017년 11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씨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미국 첫 TV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당시 초청된 20팀의 아티스트 중 유일한 아시아 뮤지션이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이 미국 3대 음악상인 AMA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꼭 4년이 지난 22일(한국시간), 한국의 작은 보이밴드는 같은 무대에서 몇 번이나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실크 소닉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한 BTS는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곡 ‘마이 유니버스’의 첫 합동 무대를 펼쳤다. BTS 멤버들과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열창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팝스타들은 BTS와 셀카를 찍었다.
‘페이보릿 듀오·그룹’, ‘페이보릿 팝송’ 수상자로 연달아 호명된 BTS는 이날 시상식의 대상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까지 거머쥐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가수 최초다. 이들이 수상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르자 공연장에 커다란 환호가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에서 온 작은 보이밴드 BTS는 4년 만에 팝의 본고장을 집어삼켰다.
BTS는 자신들에게 대상을 안겨준 곡 ‘버터’로 시상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버터’의 로고 이미지인 노란색 하트 모양과 아미(BTS의 팬덤)를 향한 애정을 담은 보라색 하트 모양을 조합한 무대였다. “우리 뒤엔 아미가 있어(Got ARMY right behind us)”라는 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노란색 하트가 보라색 하트로 변하는 구성을 통해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노래 제목처럼 BTS는 글로벌 팝 시장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BTS는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轉) 티어’로 국내 가수 최초 ‘빌보드 200’ 1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엔 ‘다이너마이트’로 3주간 빌보드 ‘핫 100’ 1위를 지키고, ‘새비지 러브’와 ‘라이프 고스 온’으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버터’로 무려 10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비, 보아, 원더걸스 등은 앞서 해외 무대에 진출해 K팝 붐의 기반을 다졌다. 비는 2006∼2007년 미국을 포함한 월드투어를 실시했고,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미국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보아는 2009년 미국 정규 1집으로 ‘빌보드 200’에서 127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싸이가 2012년 내놓은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팝 시장에 처음으로 한국 가수를 각인시킨 셈이다.
BTS는 이를 기반으로 음악성과 강력한 팬덤을 형성해 세계 팝 시장에 이변을 일으켰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BTS가 가는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신기원이다. BTS의 글로벌 인기 요인은 그들이 내놓는 콘텐츠의 우수성”이라며 “창작자로서 음악과 춤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면 강력한 팬덤이 따라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TS는 이날 수상의 공을 아미에게 돌렸다. BTS는 “아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세계 음악 시장은 오는 24일 새벽으로 예정된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BTS는 지난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지만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수상의 영광을 내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