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가 남측 여야 대선 후보들을 술에 빗대며 “정작 마실 술이 없다”고 폄하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22일 남한의 ‘술꾼’이라는 필명으로 올린 ‘술꾼의 투시’라는 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푹 썩은 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덜 익은 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막 섞은 술’에 비유했다.
앞서 국민의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이 이 후보와 윤 후보를 각각 ‘썩은 술’과 ‘덜 익은 술’로 평가한 것을 차용한 글로 보인다. 이 의원은 안 후보를 ‘잘 숙성된 술’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메아리는 안 후보에 대한 비유도 부정적인 것으로 바꿨다.
메아리는 이 후보를 ‘썩은 술’로 표현한 것에 대해 “대장동 게이트 논란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술로 치면 냄새만 맡고 평가했다”며 “이재명이라는 술단지를 개봉하니 처음부터 냄새가 나빠 맛이나 색깔은 더 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를 ‘덜 익은 술’이라고 한 데 대해선 “미천한 정치경험을 가리키는 듯한데 술로 치면 맛만 보고 평가한 것”이라며 “냄새까지 맡는다면 이재명에 못지않게 썩은 내가 진동할 것 같은데 처와 장모가 검찰수사를 받는 것은 물론 본인도 6건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막 섞은 술’로 빗댄 안 후보의 경우 “10년 동안 여기저기 정치권을 동분서주해왔으니 이 색깔, 저 색깔 막 섞여져 좀 특이해졌을 수 있겠다”며 “오가잡탕을 다 뒤섞어놓고 물감까지 넣은 술을 마셨다가는 후과가 좋지 않다. 술꾼들도 독약이나 다름없는 잡탕술에는 입을 대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메아리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잘 익고 향기롭고 색깔 고운 술은 될 수 없겠다”며 “술은 많고 홍보는 화려해도 정작 마실 술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도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SNS에서 “이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근데 김정은은 메탄올이여”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남측 대선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대선 주자들을 비난하는 등 간접적으로 대선 개입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남측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수진영의 윤 후보를 주로 비판하던 북한 매체들은 최근 들어 이 후보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13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논쟁에 대해 “추악한 개싸움” “구린내 나는 남조선 정치권의 추악한 민낯” 등 원색적 표현으로 여야를 비난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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