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시리즈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시청순위 1위에 올라섰다가 2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오징어 게임’보다 단기간에 1위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은 ‘지옥’은 장르적 특색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취향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K 드라마’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지옥’은 공개 하루만인 20일 기준으로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작품 공개 6일 만에 1위에 올랐던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빨리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순위는 이튿날인 21일 2위로 내려왔지만 1위인 ‘아케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지옥’은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천사로부터 지옥행을 고지받은 인간은 반드시 ‘사자’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죽임을 당한다. 신생종교인 ‘새진리회’의 ‘정진수(유아인)’ 의장은 죄지은 사람만이 고지를 받으며, 이 모든 현상은 인간을 정의롭게 만들기 위한 신의 의도라고 주장한다. 새진리회의 광신도로 구성된 ‘화살촉’은 신의 의도에 반하는 사람들을 ‘심판’한다며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사람들은 신이 아닌 인간으로 인해 ‘지옥’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목도한다. 연 감독은 등장인물들이 왜 지옥행을 고지받는지 설명하기보다 극도의 공포 앞에 놓인 인간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집중 조명한다.
이 드라마는 공포 스릴러, 오컬트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뚜렷한 장르적 특색 때문에 평론가나 시청자의 평가가 갈린다. 초자연적인 재해 앞에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호평을 받았으나 극 초반부가 지루하다거나 CG의 질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있다.
콘텐츠 정보 사이트 ‘IMDB’에서 시청자 2969명이 평가한 ‘지옥’의 평균 평점은 22일 기준으로 6.9점이었다. 전날(7.1점)보다 0.2점 적었다. 시청자의 평가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10점의 최고점을 준 시청자가 31.0%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최저 점수인 1점을 준 관객도 8.0%였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8∼10점을 준 관객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1점을 준 관객은 1%에 불과해 시청자 평가에 격차가 없었다.
‘지옥’의 향후 흥행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양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선 ‘지옥’의 순위가 내려간 것에 대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라 취향적 차이가 있다”면서 “K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옥’이 기존의 디스토피아 스릴러의 틀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주인공이 없다거나 ‘사자’와 같은 괴물 크리처가 인간과 대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옥’은 공포 스릴러의 일반적인 틀을 깼다”며 “할리우드의 장르물도 흥행을 보장하기 위해 정해진 형식을 못 벗어나는데 ‘지옥’은 과감한 도전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다 보니 낯설어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전개 방식이 드라마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해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에피소드간 연결성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며 “인물들의 이야기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