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스토킹 행위자, 위험하면 유치장 넣는다”

입력 2021-11-22 15:07

최근 인천과 서울에서 스토킹 관련 범죄 피해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스토킹 피의자를 구치소에 가두는 내용의 ‘잠정조치 4호’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또 층간소음 등 스토킹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일상생활 속 다양한 갈등에 대해서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오전 긴급 개최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인천 흉기 난동 사건과 서울 신변 보호 여성 사망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258개 경찰서 서장 전원과 경찰청 지휘부 등 35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보호나 원활한 조사를 위해 스토킹 행위자에게 다양한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면 경고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에 시달리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흉기에 찔린 피해자의 경우에도 이런 잠정조치가 취해졌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미리 흉기를 준비해 온 가해자는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의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기존의 112 신고 내용이나 범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와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스토킹처벌법에 명시된 잠정조치 4호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서면 경고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외에도 유치장·구치소 유치 조치도 명시돼있다. 경찰이 잠정조치 4호에 해당하는 유치장·구치소 유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원에 이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최대 1개월까지 유치가 가능하다.

지난달 제주에서 전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던 남성이 실제로 유치되는 사례도 있었다. 다만, 잠정조치 4호는 물론이고 스토킹처벌법 적용에 대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용 기준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또 경찰은 층간소음 등 일상 속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경우 이웃 간의 층간소음으로부터 사건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갈등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사전에 사건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과도한 법 적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층간소음과 같은 일상생활 속 갈등 상황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기에 판단 기준이 다소 모호한데, 여기에 구치소 유치와 같은 강제 조치까지 적극 검토할 경우 현장의 혼선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관련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면 법을 더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경찰청 차장이 주관해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TF에서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 등을 취합해 모든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