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행방이 불분명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1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안전하게 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가 펑솨이의 근황을 공개한 뒤에도 신변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자 국제기구를 통해 직접 입을 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와 그의 최근 소식은 중국 포털 사이트는 물론이고 SNS에서 여전히 검색되지 않고 있다. 펑솨이 사건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과 맞물려 계속 확산되고 있다.
IOC는 이날 성명을 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펑솨이는 “베이징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며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테니스는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통화 말미 바흐 위원장이 내년 1월 베이징에 도착한 뒤 펑솨이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고, 펑솨이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IOC는 밝혔다.
영상 통화는 약 30분간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과 리링웨이 중국 IOC 위원이 영상 통화에 함께 했다고 전했다. 테르호 위원장은 “펑솨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안심이 된다”며 “그녀가 편할 때 언제든지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가 있기 전 미 백악관과 영국 외교부는 펑솨이의 소재와 안전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그에 앞서 유엔 인권사무소도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가 펑솨이가 썼다는 ‘성폭행 피해 주장은 거짓’이라는 내용의 이메일과 그의 최근 모습이 찍힌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지만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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