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접종하고 빛을 이용해 면역 반응과 바이러스 감염 억제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방식의 백신 플랫폼이 개발됐다.
동물실험을 통해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효과가 입증됐다. 코로나19바이러스나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백신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나건 교수팀과 선문대 이충성 교수는 코에 접종 후 빛으로 면역 활성화 정도를 조절하는 ‘나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그간 독감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 경로인 코(비강)에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돼 왔다. 감염의 첫 관문인 비강에서 감염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주사제인 기존 백신과 달리 비침습적으로 비교적 쉽게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비강 접종 백신은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코 속 점막층 때문에 항원 전달이 어렵거나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해야 해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항원 단백질을 나노 입자화(10억분의 1크기 입자로 소형화)하고 여기에 빛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광응답제’를 결합한 ‘나노 복합체’ 형태의 백신을 개발했다.
이 나노 백신은 빛을 쬐어주면 활성도가 높아져 코 점막층을 쉽게 투과하고 비강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환자 특성에 맞게 빛을 쬐어주는 시간으로 면역 반응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개발한 나노 백신의 독감 바이러스 방어 효과를 검증했다. 나노 백신을 생쥐의 비강에 투여하고 빛을 쬐어준 결과 항원 단백질만 투여한 대조군에 비해 혈액 내 항원 특이적 항체가 30% 증가했다. 또 호흡기 점막층으로 분비돼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은 항원 단백질만 투여한 그룹에 비해 80% 증가했다.
생쥐에 나노 백신 접종 후 치사량의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백신 효과도 확인했다. 항원 단백질만 투여한 경우에는 약 40% 생존율을 보인 반면 나노 백신 투여 후 빛을 쬐어 준 실험군은 100% 생존했다. 나노 백신을 투여하고 빛을 쬐어준 생쥐군은 몸무게 감소폭이 가장 적었고 바로 회복했다.
나건 교수는 “개발된 나노 백신은 새로운 형태의 빛을 이용한 효과적인 백신 플랫폼으로, 항원 단백질을 비강 점막층을 통해 효과적으로 코 속 림프조직(면역 반응 역할)에 전달하고 빛 반응을 통해 백신의 면역 효과를 증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암세포 특이적 항원을 이용한 항암 백신 개발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체내 환경에서 빛을 효과적으로 쬐어줄 수 있는 최적화된 기기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나노 백신 상용화를 위해 안전성 및 효능 평가 등 후속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