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확대로 인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경제가 좋다고 여긴 미국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지난해 여름 이후 최저치다. 10명 중 7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인프라법안 통과에 대한 긍정 여론은 과반을 넘어섰지만, 피부에 와 닿는 생활 물가 상승이 지지율 발목을 잡았다.
미 CBS방송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지난 15~19일 성인 2058명 대상, 오차범위 ±3%포인트)에서 ‘경제가 좋다’는 응답이 30%에 불과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33%에서 지난 7월 45%까지 상승했다.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경제 회복이 본격화됐을 때다. 그러나 델타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 그로 인한 공급망 병목 문제 확대가 시작되면서 불과 넉 달 만에 15% 포인트가 쪼그라들었다.
경제가 나쁘다고 답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전반적인 가격 상승(84%)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휘발유 가격(74%), 상품 및 서비스 부족(71%),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한 사업(60%) 등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CBS는 “올해 실업률이 하락했고, 주식은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거시적 수치에 불과했다”며 “미국인들은 주유소나 식료품에서 치솟는 가격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쇼핑 때 평소 구매하던 상품 가격이 올랐다는 응답은 82%, 종종 재고가 없었다는 응답은 64%에 달했다. 배송이 오래 걸렸다는 응답도 55%였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가 생활 필수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미국인들이 혼란을 직접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 발생 원인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팬데믹 이후 발생한 공급 및 제조 문제(84%), 전염병 확산 이후 노동력 부족과 임금 증가(59%),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58%), 코로나19 구제 법안 등 정부의 부양책(50%) 등을 꼽았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 묻자 6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문제 해결 능력을 낮게 판단한 것이다.
특히 물가상승으로 재정적 곤경에 처했다는 응답은 24%, 그만큼은 아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37%나 됐다. 응답자 61%가 인플레이션으로 가정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고 답한 셈이다. 이들은 물건 구매 연기(80%), 여행(79%) 및 외식(75%) 축소 등의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초당적 인프라법안 통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58%로 부정 평가(42%)보다 높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4%로 부정평가(56%)보다 낮았다. 분야별로는 인플레이션 대응 33%, 이민 문제 36%, 경제 39%, 인종 문제 44% 등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
CBS는 “인프라법안 통과를 홍보할 수 있겠지만 현재 미국인들의 평가 척도는 인플레이션과 경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