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선대위 전면 개편

입력 2021-11-21 18: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전면 쇄신을 선언했다.

핵심은 ‘이재명 선대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재명 선대위’의 목표는 각종 현안에 선대위가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밀리는 현상이 계속되자 선대위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민주당은 2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원들의 거취를 이 후보에게 백지위임하고 백의종군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날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이후 “민주당 또는 선대위가 ‘너무 느리다’ ‘무겁다’ ‘민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민의 뜻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민첩하고 기민한 대응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오로지 실력, 국민을 위한 충정,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이재명을 민주당 후보로 선택한 국민과 당원 뜻은 변화와 혁신에 있다”면서 “그런데 이재명조차 변화와 혁신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의 수직적 구조를 원형으로 바꿔 각 단위 책임자가 이 후보와 곧바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이번 개편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선대위 인적 구성에도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두관 의원을 시작으로 이광재 김영주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 직책을 잇따라 내려놓고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 측 핵심 인사는 “이 후보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이 후보가 뽑은 중앙 선대위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지역에 내려가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며 “‘선대위 명함’을 가지고 지역에서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하방(下放) 선거운동을 주문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서 많은 당원과 주민을 만나 달라”며 “모든 공천의 기준은 이번 대선에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소속 의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선대위 전면 개편 움직임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모두가 다 사퇴하고, 새로 선대위를 꾸리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을 것”이라고 선대위 전면 개편에 힘을 실었다.

반면 한 중진의원은 “자리만 바꾼다고 뭐가 변하겠느냐”며 “12월 2일(예산안 처리 시한) 이후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하방해서 뛸 텐데, 지금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 때부터 문제가 됐던 후보와 당의 화학적 결합은 여전한 숙제로 꼽힌다. 당내 일각에서는 화학적 결합이 먼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후보가 선대위와 당만 질책했다가는 감정적 대립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후보가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도와 달라’고 부탁해도 움직일까 말까 하는데, 연일 열정만 주문한다고 해서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며 “후보가 조금 더 진정성을 갖고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