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이 사라진다…해수면 상승·개발에 동해안 ‘신음’

입력 2021-11-21 17:00
강릉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동해안의 ‘해안 침식’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해양수산부가 전국 250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국내 해수욕장 중 해안 침식이 심각하게 진행된 곳이 지난해 43개에 달했다고 전했다. 2018년 12개에서 30개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해안 침식이 심각한 해수욕장 43개 중 25곳은 동해안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강릉 사천진 해변의 모래사장은 2019년 40m에 달했던 해변 너비가 현재 약 3m(가장 심각한 위치 기준)까지 줄었을 정도다. 로이터는 해변이 급격하게 좁아지면서 인근 사업체들이 해변과 더 떨어진 장소로 이전해야 했다고 전했다.

사천진 해변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로이터에 “바닷물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면서 “이곳은 파도가 잔잔하기로 유명했는데, 파도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조사를 주도해 온 김인호 강원대 해양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초기 개발 계획에는 환경 보호가 결여돼 있었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보다 엄격한 조치와는 달리 1999년의 해안 관리법은 해안선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주로 인근 방파제는 물론 해안가에 너무 가까이 세워진 해안 드라이브와 방조제가 사천진 해안선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정부의 해변 정비 의지 부족으로 해안 침식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해안 정비 자금을 확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지방 정부 차원의 복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