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경찰 파면” 청원, 20만명 돌파 눈앞

입력 2021-11-21 16:34 수정 2021-11-21 16:35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 가족 측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부실 대응 의혹을 촉발한 경찰관 2명은 현재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21일 오후 4시30분 기준 “연일 보도 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 대응문제로 인천 논현경찰서를 고발합니다. 이 건은 층간소음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19일 게시된 지 이틀 만에 19만1278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 또는 정부 관련 부처 책임자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증가 추세로 봤을 때 이날 중 20만명 돌파는 유력해 보인다.

자신을 피해 가족 측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경찰 지휘체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경찰이 대응에 문제를 제기한 피해 가족을 쫓아다니며 회유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4층 남자는) 거의 매일 망치 같은 것으로 아래층(언니 집)을 향해 두드리거나 소음을 내며 피해를 줬고, 어느 날은 식탁을 끄는 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되자 언니 부부가 올라가 소리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다”며 “이후 4층 남자는 3층에 내려와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소란을 피우고 수차례 언니네 가족과 마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4층 남자가 언니 집 현관을 발로 차며 택배를 집어 던지고 혼자 있던 조카에게 욕설과 소리를 질러 경찰에 1차 신고를 했다”며 “출동한 경찰은 층간소음으로 여겨 어떠한 조치는 어렵다며 돌아가려고 했고 조카가 울면서 도와달라고 하자 경찰이 불안감 조성으로 고소 의사를 묻고 4층 남자에게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고 당일 2차 신고 후 출동한 경찰관은 범인이 내려오고 있는걸 보고서도 저지하지 않고 형부와 1층으로 내려갔고, 남은 경찰 한명이 단순히 구두로 범인에게 올라가라고 분리했다”며 “경찰관은 앞에서 언니가 흉기에 먼저 찔리자마자 현장 이탈해서 2차, 3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글 캡처

이 외에도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담당 경찰을 파면해 달라는 취지로 작성된 다른 청원 글에도 같은 시각 2만4000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15일 현장에 출동했던 A경위와 B순경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오후 4시50분쯤 인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 3층에 거주하는 C씨(40대·여)와 D씨(60대) 부부, 자녀인 E씨(20대·여) 가족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F씨(48)가 피해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 C씨는 중상을 입고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A경위는 1층에서 남편과 있었고, B순경은 3층 자택에서 부인, 딸과 함께 머물렀다. 그 사이 4층에 있던 F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왔고, 부인 C씨와 딸 E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이때 현장에 있던 B순경은 지원요청을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위급 상황에서 현장을 벗어난 B순경의 행동을 두고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관할 경찰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취지의 고발장도 제출했다.

악화한 여론을 인식한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19일 인천경찰청 홈페이지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이번 인천논현경찰서의 112신고사건 처리와 관련,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은 현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