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규제에 격한 반발…네덜란드, 시위대에 경찰 총격

입력 2021-11-21 16:15 수정 2021-11-21 20:4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일(현지시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강화하거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백신 패스’(백신 접종 증명서) 반대 시위가 거칠어지자 경찰이 총기까지 꺼내 들었다.

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드담에서 경찰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금요일 저녁 시위 도중 수백명이 차량에 불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렸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며 “경찰은 경고 사격과 물대포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시위 현장에서 51명을 체포했고, 이 중 절반이 18세 미만 청소년이라고 발표했다. 아흐메드 아부타렐브 로테르담 시장은 “시위가 폭력의 난장판으로 변했다”며 “경찰은 무기를 꺼내 직접 사격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백스 패스 미소지자에 대한 실내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에 반발하는 집단 행동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이날 계획됐던 시위는 폭력 시위 이후 취소됐지만 수백명이 광장에 나타나 경찰이 집중적으로 감시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남부 브레다에서는 코로나19 조치에 반대하는 DJ들이 음악으로 항의했다고 한다.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정부 조치 반대하는 시위에 최대 4000명이 참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날 유럽 최초로 전국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자유” “저항” 등을 외치며 도시 중심부를 행진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해가 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관련해 유럽이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50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또다시 유럽 내 사망원인 1위가 됐다”며 “백신 접종 의무화는 최후 수단으로 봐야 하지만 지금이 이를 위한 법적·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적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인용해 올 들어 20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보고된 사망자 수가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대유행 이후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올해 38만5400여명을 포함해 모두 77만800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됐다. WSJ는 “지난해 기록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38만5343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위협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 확산과 예상보다 낮은 백신 접종률을 주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 같은 예방 조치에 대한 피로감까지 누적되면서 델타 변이가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스탠포드대 감염병 의사 아브라르 카란은 “올해로 들어서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실행에 실패했다”고 WSJ에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