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시장 입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뒤로 아내 김혜경씨가 승합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을 연호하던 상인들은 김씨를 보더니 “김혜경”을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김씨가 한 손을 번쩍 들어 화답하자 함성은 한껏 고조됐다.
김씨는 이날 이 후보와 함께 지방 순회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9일 낙상 사고로 눈꺼풀 봉합수술을 받은 지 12일 만이다. 상처를 입은 왼쪽 눈꺼풀에는 옅게 꿰맨 자국이 보였다.
김씨는 이 후보를 그림자처럼 밀착 수행했다. 시장을 도는 내내 두 손으로 이 후보의 허리를 붙잡고 따라다녔다. 지지자들이 이 후보와 사진을 찍을 때면 뒤에서 어느새 다가와 얼굴을 내비쳤다.
김씨는 어린이들과 중년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을 보면 활짝 웃으며 안거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중년여성에게는 주로 자녀 얘기를 하며 공감대를 이뤘다.
한 지지자가 ‘다친 곳은 괜찮으냐’고 묻자 김씨는 “눈 조금 찢어진 거예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 후보는 연설을 위해 박스 연단에 올라 김씨를 향해 “충북의 딸이 왔습니다”고 소개했다. 김씨 부친이자 이 후보 장인의 고향이 충북 충주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씨는 이 후보와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단에서 내려와서는 이 후보가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엉덩이를 받쳤다.
그러나 돌발상황이 벌어지자 김씨는 ‘선거 베테랑’으로 돌변했다. 한 노점상인이 연단에 오른 이 후보를 향해 “여기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표정이 굳은 김씨는 말 없이 손가락으로 소란이 벌어진 쪽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고성이 잦아들었고 이 후보는 그제야 “노점상인이 많이 불편하신가 봅니다”라고 농담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김씨가 이처럼 적극 행보에 나선 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대비를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건희씨는 윤 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공식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김건희씨와 가족들은 여러 범죄 혐의부터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선거 끝나기 전 공개석상에 나올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미 두 대선 후보 부부의 사진을 대비한 글을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윤 후보가 야구장에서 홀로 한국시리즈를 관람하는 사진과 이 후보 부부가 함께 관람하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선 “가족과 함께 다닐 수 있는 건 축복”이라고 적기도 했다.
청주=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