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혜경, 이재명 ‘그림자 수행’…“눈 조금 찢어진 거예요”

입력 2021-11-21 16:14 수정 2021-11-21 17: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시장 입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뒤로 아내 김혜경씨가 승합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을 연호하던 상인들은 김씨를 보더니 “김혜경”을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김씨가 한 손을 번쩍 들어 화답하자 함성은 한껏 고조됐다.

김씨는 이날 이 후보와 함께 지방 순회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9일 낙상 사고로 눈꺼풀 봉합수술을 받은 지 12일 만이다. 상처를 입은 왼쪽 눈꺼풀에는 옅게 꿰맨 자국이 보였다.

김씨는 이 후보를 그림자처럼 밀착 수행했다. 시장을 도는 내내 두 손으로 이 후보의 허리를 붙잡고 따라다녔다. 지지자들이 이 후보와 사진을 찍을 때면 뒤에서 어느새 다가와 얼굴을 내비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21일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씨는 어린이들과 중년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을 보면 활짝 웃으며 안거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중년여성에게는 주로 자녀 얘기를 하며 공감대를 이뤘다.

한 지지자가 ‘다친 곳은 괜찮으냐’고 묻자 김씨는 “눈 조금 찢어진 거예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 후보는 연설을 위해 박스 연단에 올라 김씨를 향해 “충북의 딸이 왔습니다”고 소개했다. 김씨 부친이자 이 후보 장인의 고향이 충북 충주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씨는 이 후보와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단에서 내려와서는 이 후보가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엉덩이를 받쳤다.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의 한 상인이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귓속말을 하자 부인 김혜경씨가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상인은 "산신을 모시라"고 했다고 이 후보가 직접 밝혔다. 오주환 기자

그러나 돌발상황이 벌어지자 김씨는 ‘선거 베테랑’으로 돌변했다. 한 노점상인이 연단에 오른 이 후보를 향해 “여기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표정이 굳은 김씨는 말 없이 손가락으로 소란이 벌어진 쪽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고성이 잦아들었고 이 후보는 그제야 “노점상인이 많이 불편하신가 봅니다”라고 농담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김씨가 이처럼 적극 행보에 나선 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대비를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건희씨는 윤 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공식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김건희씨와 가족들은 여러 범죄 혐의부터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선거 끝나기 전 공개석상에 나올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오주환 기자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미 두 대선 후보 부부의 사진을 대비한 글을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윤 후보가 야구장에서 홀로 한국시리즈를 관람하는 사진과 이 후보 부부가 함께 관람하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선 “가족과 함께 다닐 수 있는 건 축복”이라고 적기도 했다.

청주=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