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한 30대 여성 A씨가 사건 직전에 부모님과 나눈 카카오톡(카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A씨의 가족은 지난 20일 SBS에 가족들로 구성된 카톡 단체대화방 내역을 공개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던 A씨는 보모님에게 한약을 지어주기 위해 어머니에게 현금 카드를 선물로 보냈다. 어머니는 사건 당일인 19일 오전 A씨가 보낸 현금 카드를 받았다.
어머니는 대화방에서 “OO야, 카드 잘 받았어. 엄마, 아빠, 한약 먹고 건강할게. 고마워”라고 했다. A씨는 “홧팅! 영수증 보내주세요”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몇 시간 뒤 어머니는 A씨에게 “OO야, 어디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뒤였고, 어머니는 A씨의 답장을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됐다.
A씨 어머니는 “화장할 거 지금 서류 꾸며야 하고, 우리 집은 끝났다”면서 “이게 말이 되냐. 행복한 가정이 파괴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로부터 1년 넘게 스토킹과 협박을 당했다. A씨는 부모에게 걱정을 끼칠까 싶어 가족에게는 스토킹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일부 친구들에게만 이를 알렸다고 한다.
A씨 어머니는 “1년 넘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줄 처음 들었다”면서 “스마트 워치 하나 믿고 말을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데이트폭력 신변 보호 대상자로 경찰이 지원하는 실시간 위치 추적 장비인 스마트 워치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 당시 스마트워치의 위칫값 오차로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A씨는 제때 보호를 받지 못했다.
A씨는 19일 오전 11시 29분쯤 스마트 워치로 첫 번째 호출을 했다. 경찰은 신고 3분 뒤 A씨의 위치로 표기된 명동의 한 지점에 도착했지만 A씨를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사건이 벌어진 A씨 주거지에서 5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A씨는 오전 11시33분쯤 두 번째 호출을 했다. 경찰은 8분 뒤인 11시41분쯤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 후 12분이 지난 뒤였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B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사건 현장을 벗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주했다.
경찰은 CCTV 추적 끝에 20일 낮 12시40분쯤 B씨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B씨는 체포 당시 범행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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