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나달도 “펑솨이 안전한가”… 베이징올림픽 차질 우려도

입력 2021-11-21 14:02
2020년 오스트리아오픈에 출전한 펑솨이(왼쪽 사진)와 중국 장가오리 전 부총리.EPA연합뉴스


장가오리(75)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 사태가 국제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이 잇따라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도 중국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캐나다 출신 IOC 위원인 딕 파운드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펑솨이의 행방불명 사태에 대해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갈 수도 있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79세로 현역 IOC 위원 중 최고참인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 중단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다. 그는 이달 초 자신의 SNS에 과거 중국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곧바로 펑솨이의 SNS 계정은 사라졌고 행방도 묘연해졌다.

로저 페더러는 이날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 가족은 ‘제2의 가족’과 다름없다”며 “펑솨이가 안전하게 있기를 바라고 그의 소식을 빨리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파엘 나달 역시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펑솨이가 지금 안전하게 있는지 밝히는 일”이라며 “모든 테니스 관계자들은 펑솨이가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들을 중심으로 중국 보이콧 움직임도 감지된다. 프랑스 선수인 니콜라 마위는 “이 상황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중국에서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IOC도 이와 관련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와 나오미 오사카 등도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바 있다.

테니스계를 중심으로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펑솨이 측은 지난 18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에게 “성폭행 의혹은 거짓이며 나는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사이먼 대표는 “이 메일을 펑솨이가 직접 썼는지 알 수 없다”며 “펑솨이의 안전이 규명되지 않고 성폭행 피해 주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수억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들은 펑솨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이메일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편집장 후시진은 트위터에 “펑솨이가 식당에서 코치 및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을 보여주는 2개의 동영상을 압수했다”며 영상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CNN은 “동영상 2개의 촬영 시간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