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근무일지 수정됨. 남2 여1. 평소엔 2인1조인데 역시 예상대로 흘러가네.”
지난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현직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 긴급공지 내려옴’이라는 제목과 함께 작성한 게시글의 내용이다. 이 작성자는 지난 19일 근무일지가 수정됐다며 “인원 없어서 힘들어 죽겠구만 이럴 거면 왜 뽑아”라고 적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서 위급 상황 중에 자리를 이탈한 여성 경찰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데 따라 경찰 내부에 미친 파장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는 ‘그럼 한 사람은 뒷좌석에 앉는거냐’ ‘남자 2명이 편하다’는 등의 불만 댓글이 달렸다. 모두 현직 경찰관임을 인증한 댓글이었다.
다른 댓글 작성자는 “어차피 지금도 여경이 나간 폭행 사건은 순찰차를 한 대 더 보내고 있다”며 “이번 인천 여경 사건은 단순 층간소음으로 신고 들어와서 그냥 한 대만 보낸 것 같다”고 적었다. 흉기 난동으로 일이 커질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취지다.
최근 인천에서는 층간 소음 갈등이 흉기 난동으로 번졌는데도 경찰이 무력한 대응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출동했던 여자 경찰관이 범인을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서 부실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 자리에 있던 피해자는 목 부위를 찔려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고 경찰로서의 책임 문제‘ ’직업윤리의 문제‘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블라인드 사용자는 “돌발행동에 대처할 수 있는 고강도 훈련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출동한 경찰들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제대로 뽑고 제대로 훈련하고 또 그만큼의 권한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