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시민 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시설·조직을 과감히 탈바꿈하고 명실상부한 아시아 문화발전소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21일 문화전당에 따르면 대부분 전시·공연 시설이 지하에 들어선 건축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개관 이후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여론에 따라 설치한 옥외 에스컬레이터는 방문객들이 지상 하늘마당 입구에서 지하 3층 문화창조원으로 쉽게 들어오는 ‘관문’이 되고 있다.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관람객들이 전시·공연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화전당은 내년 초 지붕 공간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해 문화전당의 새로운 볼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동인구가 많은 동구청 앞 교차로 등에는 별도의 문화전당 입간판이 설치됐다. 문화전당은 주변 수목을 옮겨 심어 교차로 어느 곳에서나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펭귄마을’로 유명한 양림동과 이어진 동명동 카페거리와 충장축제 등이 열리는 5·18민주광장을 잇는 브릿지 지상 난간은 강화유리로 모두 교체했다.
5·18민주광장 등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이 지하 문화전당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친근한 문화전당이 되려는 시도다.
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옥상정원인 상상마당에는 어린이 놀이언덕, 휴게 시설, 전망대 등을 조성했다. 이 곳에서는 무등산 전경과 함께 도심을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연인 단위 나들이 코스로 자리잡은 하늘마당은 주변 산책로 억새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계절 꽃 2만 본을 심었다.
시설단장과 함께 문화전당 조직도 대폭 개편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문화전당은 기존 아시아문화원을 흡수 통합해 효율적 전당운영을 꾀한다.
문화전당은 전원 공무원 신분인 125명(공무직 336명)이 아시아문화의 교류·교육·연구 등 본연의 문화적 역량강화 업무를 전담한다. 신설될 문화재단은 40명(공무직 91명) 정원으로 어린이 체험·교육시설 운영과 문화관광 상품의 개발·제작 등 수익사업을 맡는다.
당초 정부조직 문화전당과 별도의 준정부기관(특수법인) 형태로 출범한 아시아문화원은 기능 중복과 조직 이원화 논란으로 문화 콘텐츠 창·제작 등 고유 역할에 많은 한계를 노출시켜왔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친 직제 일원화에 따라 향후 안정적 조직운영을 통해 아시아 각국 문화자원의 수집·연구, 공연·전시, 콘텐츠 창·제작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5년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옛 전남도청 부지에 7000여억 원을 들여 문을 연 문화전당은 대부분 전시·공연 시설이 지하에 들어섰다.]
이로 인해 ‘랜드마크’ 기능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조직까지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으로 이원화돼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난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시설 개선과 업무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통해 진정한 아시아 문화발전소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광주시 김준영 문화관광체육실장은 “대표적 문화시설인 문화전당의 큰 틀을 다시 짜고 있다”며 “내년이면 확 달라진 문화전당을 시민들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