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소유물 아냐” 3살 딸 살해父 징역 13년

입력 2021-11-21 10:39 수정 2021-11-21 11:19

신변을 비관해 세 살배기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 코로나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결정, 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집에서 자고 있던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규영)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8·회사원)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2년간의 보호관찰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지난 8월 15일 오후 4시쯤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잠자던 딸 B양(3)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A씨는 폐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양이 태어난 2018년 8월 무렵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해 4000만원의 빚을 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엔 아내와 이혼했고, 모친의 도움을 받아 B양을 양육했다.

그러나 A씨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의 무급 휴가가 늘면서 월급이 줄어들자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활고를 버티지 못한 A씨는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사건 당일 모친이 외출한 틈을 타 집 안에 있던 흉기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녀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으로 아무런 잘못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겨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바, 피해자가 입은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다만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2018년쯤부터 홀로 자녀를 양육하다 생활고 등으로 인해 판단력이 저하한 상태에서 범행한 점, 죄책감과 후회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