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의 한 대학병원에서 젊은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병원 내 괴롭힘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한 주장이 나왔다.
YTN은 20일 “경기도 의정부의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지난 16일 7개월 차 간호사 A씨(24)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A씨는 숨지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업무 스트레스를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태움’을 당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선배 간호사들이 A씨를 향해 병원 차트를 집어던지는 등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행위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태움’은 간호사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악습을 뜻하는 은어로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우고 태운다’는 의미다. A씨의 지인들은 살인적인 업무뿐 아니라 ‘태움’이라는 직장 내 괴롭힘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YTN에 따르면 A씨의 사망 후 유가족들을 방문한 병원 측 인사들은 오히려 가정사나 개인사를 극단적 선택의 이유로 추정하는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A씨의 언니는 YTN에 “‘자체적인 조사 결과로는 병원 내 문제가 별로 보이지 않고 가정사나 개인사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얘기를 했다”면서 “사건은 16일에 일어났는데 불과 8일, 9일만 해도 가족들이랑 여행을 갔다 왔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의 거센 항의가 계속되자 병원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태움 사실을 확인한 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병원 측의 진상조사와 별개로 국민청원을 통해 태움 피해의 진상을 밝히고 괴롭힘 주동자들을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