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손님 맞죠?” 재수생 울린 영수증 [사연뉴스]

입력 2021-11-20 13:27 수정 2021-11-20 13:48
작년 수능날, 배달 앱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주고 받은 글쓴이와 빙수가게 사장님. 트위터 캡처

재수로 올해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이 배달을 주문한 빙수가게에서 따뜻한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고객을 기억하고 격려를 써내려간 종이는 영수증입니다. 그 정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어떤 글이 적혀 있던 걸까요.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화면을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난해 수능에 언니랑 빙수를 먹으면서 남겼던 리뷰입니다. 올해에도 주문하면서 혹시 사장님이 기억하실까 싶어 (주문 요청에) 썼는데, 영수증에 이렇게 써서 왔습니다.” 그가 공개한 영수증엔 포장 시간부터 금액 항목까지 제법 길게 손으로 써내려간 글이 있습니다. 그를 기억한 가게 주인의 편지였죠.

작성자와 가게 주인의 인연은 지난해 수능부터 시작됐습니다. 작성자는 지난해 11월 수능을 치른 언니와 함께 빙수를 배달해 먹었습니다. 맛있던 빙수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던 그는 배달 앱에 간략한 리뷰를 남겼는데요. 작성자는 그때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수능을 끝내고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비록 우리 언니는 재도전(재수)을 하겠다고 하지만, 먹고 힘낸다고 해요. 사장님도 파이팅.” 가게 주인은 이 리뷰를 봤습니다.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마스크를 쓰고 시험 보느라 너무 고생 많았다”며 “시원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막상 치러보니 이 시험 하나에 내 인생이 좌우되나 싶어서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창밖만 바라보면서 온 기억이 난다”라고 자신의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이어 “스무 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시 수능성적이고 대학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라고 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재수를 했던 자신의 수험생 시절을 자매에게 들려 주며 따스한 위로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재수하면서 ‘남들보다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1~2년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며 “다 각자의 템포가 있다. 삼수를 했지만 제일 먼저 취업한 친구, 누구나 원하는 학교에 가서 사업을 시작한 친구, 제일 늦게 취업했지만 가장 안정적인 친구 등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왔든 아니든 두 분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란다”며 “너무너무 고생 많았다. 다음에 주문할 때 요청사항에 붕어빵을 적어주시면 서비스로 같이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18일 수능이 끝난 후 빙수를 배달시킨 자매에게 사장님이 보내온 영수증 편지. 트위터 캡처

1년이 지나고 다시 11월에 돌아온 수능, 그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지난 18일 수능이 끝난 후 자매는 같은 가게에서 빙수를 주문했고, 요청사항에 자신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힌트를 남겼습니다. 가게 주인은 자매를 잊지 않았습니다.

영수증에 꾹 눌러 쓴 손글씨로 “지난해 제가 TMI(너무 과한 정보)를 남발했던 그 손님 맞으시냐”며 “세상에 너무 반갑다”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부담감이 조금 더 있었을 텐데 너무 고생 많았다”며 “달달한 것 먹으면서 오늘은 푹 쉬시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1년 전의 약속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가 붕어빵 드린다고 했던 게 맞냐”며 “고구마 한 세트랑 슈크림 한 세트 선물로 드릴 테니 맛있게 드시라”며 덤을 보냈습니다.

이 영수증을 받고 깜짝 놀란 작성자는 “심지어 붕어빵도 두 개나 더 주셨다. 지금 먹으면서 울 정도로 감동했다”라며 가게 주인의 정성과 배려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 사연을 통해 벅찬 감동을 느낀 것은 작성자 자매뿐만이 아닙니다. 이 게시물은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아 1만8000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사장님 말씀에 내가 위로를 받는다. 내 템포대로 가자” 등 뜨거운 반응을 보내왔습니다.

추운 겨울, 수능이라는 인생의 큰 시험을 넘기고 시켜먹었던 달달한 빙수에 담긴 진심은 자매에게 따스한 위로로 남았습니다. 또 ‘각자의 템포가 있다’는 조언은 다른 수험생에게도 큰 울림이 됐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고생했을 수험생들,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영수증에 다급히 적힌 빙수가게 주인의 진심이 닿기를 바랍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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