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층간소음 등의 갈등으로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의 사건과 관련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논란을 빚은 경찰이 피해자 가족에 회유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신을 피해자 가족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의 대응 문제로 인천 논현경찰서를 고발한다. 이 건은 층간소음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입장’이라고 주제에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은 1차 신고 때 사건을 만들고, 2차 신고 때 키웠다”
이 청원인은 “지난 15일 4층에 사는 남자가 3층에 사는 언니 가족 3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언니는 중태에 빠져 19일까지 의식이 없고 뇌경색이 진행돼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했다”며 “사건만으로도 슬프지만, 알면 알수록 무섭고 억울한 게 많아 답답함에 글을 올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청원인은 “4층 남성 A씨가 청원인의 언니 B씨 자택을 향해 매일 망치 등 둔기로 소음을 내는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B씨 자택 현관문 소리를 이유로 벌어진 마찰도 있었다. B씨는 사건 당일 전부터 A씨의 협박, 성희롱 등의 괴롭힘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이에 따른 4차례 신고가 있었다고 청원인은 설명했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4층 남자가 언니 집 현관을 발로 차며 택배를 집어 던지고 혼자 있던 조카에게 욕설과 소리를 질러 경찰에 1차 신고를 했다”며 “출동한 경찰은 층간소음으로 여겨 어떠한 조치는 어렵다고 돌아가려고 했고, 조카가 울면서 도와달라고 하자 경찰이 불안감조성으로 고소 의사를 묻고 4층 남자에게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때 살해 협박, 성희롱, 괴롭힘으로 4차례나 신고가 접수된 사람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A씨는 경찰의 조사 통보 뒤에도 B씨 자택 현관문을 발로 차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딸 혼자 있던 집에 B씨 가족이 모두 도착하고 2차 신고가 이뤄진 것도 이 시점이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2차 신고 후 출동한 경찰관은 범인이 내려오고 있는걸 보고서도 저지하지 않고 형부와 1층으로 내려갔고, 남은 경찰 한 명은 단순히 구두상으로 범인에게 올라가라고 분리했다”며 “경찰관은 앞에서 언니가 흉기에 먼저 찔리자마자 현장을 이탈해 2차, 3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가족 측의 대응을 문제 삼자 경찰이 회유를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청원인은 “(경찰에게) 당시 이탈한 경찰은 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묻자, 무전기 특성상 잘 안 터져서 빨리 내려가 같이 온 경찰관한테 지원요청이 빠를 수도 있었다”며 “그렇게 해서 구조 요청이 빨랐기 때문에 언니가 돌아가신 상태로 병원에 오지 않은 걸 위안 삼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케어(관리) 목적으로 지원한다는 형사는 범인을 내려친 흉기가 형부(B씨의 남편) 것인지 범인 것인지 뒤죽박죽 얽혀 자칫 형부가 잘못될 수도 있고, 형사들이 온전히 수사에 전념하지 못해 범인이 풀려날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런 정황을 앞세워 “경찰이 1차 신고 때 사건을 만들었고, 2차 신고 때 사건을 키웠다”며 “경찰이 범인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 상황이다. 경찰의 직무유기, 살인미수방조, 경찰의 문제점을 회유하려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인천경찰청 “소극적이고 미흡한 대응 사과”
인천경찰청은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층간소음 갈등으로 빚어진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경찰 측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인천경찰청은 전날 논현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경위와 순경을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 대기발령을 받은 경찰관들은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쯤 인천 남동구 서창동의 한 빌라 4층에서 거주하는 A씨의 소란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경위는 B씨의 남편 C씨와 함께 빌라 밖에 있었고, 순경은 B씨와 딸 D씨와 함께 3층에 있었다.
그 사이 4층에 있던 A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왔다. 경찰관이 있는 상황에서도 A씨는 아내 B씨와 딸 D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순경은 이 급박한 상황에 긴급 지원요청을 위해 1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난 것이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